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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 요한(13)




캐나다 3개월 생활 동안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은 딱히 없다. 그냥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즐거웠다.


캐나다에 처음 도착했을 때는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쉘리 가족의 차에 올랐다. 하지만 다음 날이 되자 가족들이 너무도 친절해서 미리 했던 걱정들은 거의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래도 아직 첫날이라 편하게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대신 집에 있던 강아지에게 걱정을 털어놓으며 마음을 조금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주에는 할로윈 코스튬 콘테스트에 나가기 위해 매디가 우리 집에 왔다. 우리는 사이버트럭을 만들기로 했다. 함께 협력해 코스튬을 만들어 보니 매디와 나, 애머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한국에서는 학교 수업 말고는 함께 협력해 무언가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캐나다에서 이런 경험을 하게 되어 정말 신선했다. 완성된 우리의 사이버트럭은 완벽했고, 우리는 뿌듯한 마음으로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 유스 클럽으로 향했다. 결과는 1등이었다. 너무 기쁘고 자랑스러웠다.


그 이후로 우리는 숙제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왔다. 그러던 중 쉘리는 1대1 과외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카탄’이라는 보드게임을 하자고 제안했다. 카탄은 이전에도 해본 적이 있는 보드게임이어서 더욱 기대가 되었고,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 날, 댄과 쉘리, 애머리, 그리고 나는 함께 카탄을 했다. 정말 너무 재밌있고 신나는 추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조금 특이한 경험을 했다. 댄, 애머리, 메디와 함께 사냥을 갔다. 평소에는 그렇게 잘 보이던 사슴이, 막상 사냥에 나서니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작은 소리만 나도 사슴이 놀라 도망갈 수 있다고 해서 숨을 죽이고 조심조심 걸어 다녔다. 그날은 유독 눈을 밟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마 그 때문이었을까, 결국 사슴을 잡지 못한 채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히 다음 날, 둘째 캐러스와 댄이 사슴을 잡아왔다. 우리는 그 소식을 듣고 사슴을 걸어놓은 차고로 갔다. 차고 문을 여는 순간,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머리와 뒷다리가 잘려 나간 채, 가죽이 모두 벗겨진 사슴이 눈앞에 놓여 있었다. 사슴의 눈을 마주치자 마치 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같아 미안함과 죄책감이 밀려왔다. 나는 바로 차고를 나와버렸다.

하지만 고기를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그 죄책감이고 뭐고 다 잊어버렸다.


캐나다에서 맞이한 크리스마스는 더욱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가족들끼리 둘러앉아 서로의 선물을 건네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참 따뜻했다. 나도 친동생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하나하나 떠올리며 선물을 준비했다.

애머리에게는 좋아할 것 같은 게임 머니와 스킨을, 캐러스에게는 귀여운 인형과 수첩을 주었다. 세일라에게는 잘 어울릴 것 같은 팔찌와 안경을, 사일러스에게는 꼭 안고 잘 수 있는 작은 인형 하나를 건넸다. 동생들이 환하게 웃으며 선물을 받아 드는 모습을 보니, 그날의 크리스마스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았다. 나 역시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며 괜히 뿌듯해졌다.


홈스테이 대디와 함께 보낸 시간들도 정말 재미있었다. 애머리와 댄과 함께 오버쿡이라는 게임을 협동하여 했던 경험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았다.


쉘리와 함께한 시간 역시 정말 소중했다. 무엇보다 쉘리는 매우 친절했고, 해주신 음식들도 모두 너무 맛있었다. 1대 1 과외 수업을 할 때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때도 있었지만 하루하루 점점 지나며 나어게 꼭 필요한 활동이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쉘리는 정말 따뜻한 사람이었다. 나처럼 잘생긴 사람은 처음이었는지 헤어질 때 눈물을 흘리셨다.


주말마다 애머리, 사일러스와 함께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 과정에서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포트나이트를 가르쳐 주며 점점 더 친해질 수 있었다. 형제 같은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게임을 하며 웃고 떠들다 보니, 서로의 사이가 더욱 돈독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헤어질 때 더욱 속상하게 느껴졌다.


캐러스는 처음 만났을 때는 조금 차갑게 느껴졌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며 그림을 좋아하는 따뜻한 동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주로 함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냈고, 서로의 그림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고 칭찬을 나누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다.


세일라는 정말 너무 귀여웠다. 항상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고, 자주 안아 주기도 했다.

주변에 세일라 나이 또래의 동생이 없어서인지 더 귀엽게 느껴졌던 것 같다. 세일라와는 보통 주방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한 번은 세일라의 가게 간판을 예쁘게 그려준 적이 있었는데, 세일라가 너무 좋아해서 나 역시 매우 뿌듯했다.


내가 캐나다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천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홈스테이 가족의 친철함이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아직 한국에 온 지 3주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캐나다에서 만난 가족들과 친구들이 많이 그립다. 캐나다는 이렇게 나의 인생 한구석에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고, 아마 성인이 될 때까지 오래도록 그리워하게 될 것 같다.



202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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